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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랄해진 불법 촬영, 디지털 성범죄의 늪에 빠진 사회
관리자 | 25-06-30 08:51 | view 23
불법 촬영의 심각성에 주목하다
*한해 발생 건수만 5,000건 이상
갈수록 더욱 교묘해지고 악랄해지는 불법 촬영. 사회는 이미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돼버렸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5,000건이나 넘는 불법 촬영 범죄가 발생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이어진다. 기존의 성범죄와 달리 영상물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면 그 범죄 행위는 빠른 속도로 광범위한 영역까지 전파된다. 심지어 한 번 공유된 영상물의 영구적인 삭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피해 회복이 어렵다.
이렇게 물리적인 시공간을 초월해 발생하는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촬영 피해자의 300여 명 중 111명(34%)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고 이 중 14명(0.04%)이 실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불법 촬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불법 촬영을 걱정하는 습관이 생긴 여성들도 더러 존재한다.
이렇게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불법 촬영 범죄. 정작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비동의 촬영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하는 행위가 범죄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지난 2017년 9월 정부는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키우기 위해 ‘몰래카메라(몰카)’라는 표현을 ‘불법 촬영물’로 변경한다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몰카라는 단어는 장난, 이벤트와 같은 유희적 의미를 담고 있어 범죄의 심각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여전히 불법 촬영을 몰카라고 칭하며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왜 불법 촬영이 판치는 세상이 된 것인가
법무부의 「2020 성범죄 백서」를 보면 불법 촬영범의 재범률은 무려 75%에 달하며 성폭력 범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4명 중 3명은 또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이다. 계속해서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변형 카메라의 손쉬운 구매’ 때문이다. 카메라를 사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자상가는 물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다양한 초소형 카메라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에 ‘초소형 카메라’, ‘변형 카메라’를 검색하자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여러 사이트가 나열됐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불법 촬영의 범죄 도구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불법 촬영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셈이다.
불법 촬영은 ‘내부 소행’이 많다는 특성이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적발된 불법 촬영 범죄 피의자의 23.8%는 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인 범죄 수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상황. 피해자와 지인 관계인 피의자는 주로 ▲기숙사 ▲탈의실 ▲화장실 등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적인 정기 점검만으로는 범죄를 색출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같은 생활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피해자가 카메라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범죄가 발생한 사실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일상이 된 공포감, 그 흔적을 좇다
사진제공·오윤성 교수
언제 어디서든 찍힐 수 있다는 불법 촬영의 공포감은 여성들에게 일상이 됐다.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심각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실형 선고는 경미한 수준이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에 주목했다.
불법촬영범에게 적용되는 처벌이 미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불법 촬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따라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행위’를 말하는데요. 해당 법에 의하면 불법 촬영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처벌이 미약하다고 판단하진 않아요. 그러나 실제 재판 과정에서는 실형 선고가 5%에서 6%밖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는 약 30% 정도고 벌금형은 무려 60% 이상이에요. 이처럼 사법부의 판결에서 실형 선고는 미미한 수준의 처벌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민들은 가해자가 충분한 징벌을 받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초소형 카메라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관련 상품의 유통 규제는 따로 없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작은 사물 형태의 초소형 카메라가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요. 특별한 절차 없이 쉽게 초소형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초소형 카메라의 판매자와 구매자는 불법 촬영을 목적으로 판매‧구매한다고 말하지 않겠죠. 불법 촬영에 주로 이용되는 초소형 카메라 제품들은 정보 수집 및 계약상의 문제를 이유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즉 현재 정부의 인증을 받은 초소형 카메라에 대한 판매와 구매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제품 자체에는 불법적인 요소가 없기 때문에 초소형 카메라 유통을 규제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 부처에서는 인공지능과 영상 DNA 검색 기술을 이용해 불법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해당 기술이 보급된 이후 불법 촬영물 삭제가 잘 이뤄지고 있나요?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2022년 한 해 동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수가 7,979명 정도고 불법 촬영물에 대한 삭제를 지원한 수는 21만 36,002건으로 집계됐어요. 삭제된 불법 촬영물의 수는 전년도 대비 25.8% 늘어난 수치입니다. 물론 아직도 불법 촬영물이 완전히 삭제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는 최대한 피해자를 다방면으로 도우며 불법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죠.
징역형이 선고되고 사회가 불법 촬영을 강력 범죄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징역형이 선고되기 위해서는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선고가 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불법 촬영으로 기소된 사람이 형량을 낮게 받을 수 있게 돕는 변호사 사무실의 광고가 아주 많습니다. 이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광고를 지속적으로 홍보할 거예요. 그러나 불법 촬영 가해자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이들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 범죄가 줄어들겠죠. 불법 촬영은 피해자들을 극도의 불안감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 우려가 있는 강력 범죄예요. 결국 ‘직접적인 살인과 폭행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촬영은 강력 범죄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 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더 이상 대학가도 안전하지 않다
대학 내부까지 드리워진 불법 촬영의 그림자. 이젠 대학 캠퍼스도 디지털 성범죄의 위협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매일 다니는 익숙한 공간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심에 휩싸이게 된다. 안심하고 지낼 공간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은 일상으로의 회복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듯 범죄의 형량이 무거워지기 위해서는 불법 촬영을 ‘강력 범죄’로 인식하는 사회적 변화가 시급하다.
지난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남학생이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에 걸쳐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 대학 건물 내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무려 32차례의 불법 촬영을 한 것이다.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1년이라는 실형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 유예로 감형됐다.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과 불법 촬영물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은 점이 감형 요소로 작용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6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에서도 한 재학생이 탈의실에 촬영 기기를 설치해 다른 학생을 불법으로 촬영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점을 고려해 해당 가해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언론에서는 의과대학에서 일어난 사건을 두고 고작 ‘일탈’로 표현했다. 이들의 범죄를 단순 일탈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란 없다.
대학 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불법 촬영 범죄가 극심한 불안을 조성하는 가운데 본교는 과연 안전한 캠퍼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총무인사팀에 따르면 “본교 내에서는 한 번도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된 적이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본교에는 지난해 노원구여성단체연합회와 ‘불법 촬영기기 점검 장비 설치 사업’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불법 촬영 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는 ‘휴대용 전자회로 탐지기’를 기증받았다. 본교는 현재 소지하고 있는 탐지기 한 대를 사용해 분기별로 연 4회 정기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 점검은 각 건물의 ▲샤워실 ▲파우더룸 ▲화장실에서 이뤄진다. 개인적으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이 있다면 제53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요청 후 대여할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간절한 이들에게 건네는 도움의 손길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불법 촬영과 디지털 성폭력 범죄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는 여전히 극심하다. 대학에서마저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일어나며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불법 촬영 피해자들은 신고와 법적인 절차를 거치며 어려움을 겪는다. 피해 사실이 분명함에도 신고와 추후 대처가 어려운 피해자들을 대신해 도움을 제공하는 기관들이 있다. 그중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호랑 활동가를 만나봤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내 ‘여성주의상담팀’에 속한 활동가 호랑입니다. 여성학을 오랫동안 공부했고 디지털 성폭력 범죄 근절을 위해 힘쓰고 있어요. 이곳에서 저는 주로 성폭력 피해자분들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담당합니다. 또한 끊임없이 반(反)성폭력 운동에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제가 속한 부서 이름에 ‘여성주의’라고 적혀 있듯이 성폭력 피해자분들을 만나고 도움을 줄 때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이해하고 피해 사실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 대상자가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불법 촬영은 ‘비동의’ 촬영을 이야기합니다. 보통 촬영 현장에서 발각되는 경우와 불법 촬영물이 유포돼 범죄 피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로 나뉘는데요. 본인의 동의하에 촬영되거나 스스로 촬영한 촬영물이라 할지라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했다면 처벌이 가능합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면 직접 거주지 인근의 지원센터로 전화 상담하는 것을 가장 추천해요. 최근 ▲서울 ▲인천 ▲경기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해당 시설은 경찰 신고부터 불법 촬영물 삭제까지 모두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스스로 경찰에 신고해도 괜찮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발각된 경우가 아니라면 불법 촬영물의 피해 당사자가 본인이라는 증거들을 준비해 두는 것이 도움 될 거예요.
불법 촬영 피해와 관련해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불법 촬영을 비롯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법률지원 ▲심리지원 ▲정서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어요. 즉 신고에서부터 수사와 법적 과정까지 도와드리고 있죠. 또한 추후에 불법 촬영 피해로 인한 충격을 치유하는 목적으로 전문심리상담과 의료지원도 진행 중입니다. 다만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영상물 삭제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지원센터로 연계하거나 신청 방법을 안내하고 있어요.
불법 촬영 피해자분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불법 촬영 피해의 주된 키워드는 ‘불안’이에요. 우선 불시에 촬영 피해를 겪은 경우 자신의 안전한 일상이 침범당했다고 느낍니다. 물론 이 부분은 다른 성범죄 피해도 마찬가지지만요. 특히 디지털 성범죄는 불법 촬영물이 인터넷 상에 유포되는 경우 계속해서 영상이 떠돌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영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악랄한 범죄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불법 촬영물을 볼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여 지인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움을 느껴요. 이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겪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구글에서 ‘길거리’를 검색하면 길거리에서 신체가 드러난 옷을 입은 여성들을 찍은 사진이 많이 나와요. 이 중에는 뒷모습이 찍혀 있거나 불법 촬영으로 의심되는 사진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위 ‘국산 야동’이라 불리는 것들에는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영상들이 많아요. 남성중심적인 성문화에서 불법 촬영물들이 통용되고 있는게 인식 개선을 막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이 특정한 개인의 단순한 일탈 행위가 아니라 불균형한 성별 권력관계로 인한 사회 문제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죠. 불법 촬영물을 원하는 남성들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촬영하고 소비되는 것이니까요. 반(反)성폭력 운동을 비롯한 여성운동과 성평등을 위한 실천에 더욱 많은 사람의 힘이 실릴 때 불법 촬영의 근본적인 문제도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도아 기자 swpress201@hanmail.net
서지원 기자 swpress208@hanmail.net
출처 : 서울여대학보(http://swupress.s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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